한국은 세계정부 수도가 될 수 있다 / 허신행 

 

1281863039_7000526950_20100816.JPG
허신행 한몸사회포럼 대표 전 농림부 장관

유럽연합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그 본부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3대 강국이 아니라 벨기에의 브뤼셀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유럽 강대국들의 파워게임 산물이다. 본부가 런던이나 파리, 베를린 중 어느 한 곳으로 가게 되면 나머지 국가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하기 때문이다. 2009년 11월 유럽연합 대통령(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선출할 때도 마찬가지 격돌이 일어났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도의 인물이 뽑혀야 한다고 믿었던 일반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평소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벨기에의 총리 헤르만 판롬파위가 선정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정보통신의 급진전으로 인류가 하나로 연결 통합되는 새로운 한몸사회 시대를 맞이해, 세계 지성인들은 곧 유엔을 세계정부로 격상시키자고 주장할 것이다. 핵전쟁을 예방하고, 국가와 민족간 분쟁을 막으며, 지진·홍수 등 대재앙을 국가연합의 공조로 극복하고, 유행성 질병과 마약·밀수·범죄 등을 공동으로 대처하며, 선진국들의 일자리 창출과 후진국들의 경제발전을 윈윈으로 연계시키는 등 국제문제들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정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연합, 북미자유무역지대(나프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지역 블록화의 급진전과 함께 자유무역협정의 물결로 자유교역이 확대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활력으로 세계경제가 하나로 통합되는 등 대세는 이미 세계정부를 향해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10~20년 사이 어느날 갑자기 세계정부의 존재 자체가 현실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때 모두의 관심은 세계정부의 소재, 즉 위치 선정 문제로 집중될 것이다.

 

세계정부의 위치는 지금의 유엔이 있는 뉴욕인가? 중국과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이 절대 반대할 것이다. 세계적인 힘의 중심축이 미국으로 쏠리는 현상을 이들 국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베이징, 모스크바, 도쿄, 런던, 파리, 베를린, 뉴델리 등 어디일까? 미국을 비롯한 다른 경쟁국들이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타협의 결과는 유럽연합의 벨기에처럼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라로 낙착될 수밖에 없다.

 

231개 국가를 하나의 세계정부로 연합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종교문제다. 21세기 대제국들의 흥망성쇠를 예측했던 폴 케네디 교수는 종교전쟁을 가장 걱정했다. 단일 종교 국가는 안 된다. 중동의 이슬람, 인도의 힌두, 유럽과 미국의 기독교 등은 세계정부의 유치를 가로막을 것이다. 다종교 국가이면서도 마찰과 분쟁이 없는 나라가 선호될 수밖에 없다.

 

세계정부 위치 선정의 셋째 조건은 다인종 혹은 황색인종 국가여야 한다. 다인종 국가이면서 화합을 잘 이루는 국가이면 금상첨화이다. 그렇지 않으면 흑백의 중간이요 세계에서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황색인종 국가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 넷째 조건은 다기후, 즉 봄·여름·가을·겨울 등 기후의 다양성을 두루 갖춘 국가여야 한다. 지구촌 사람들이 날로 들락날락 거리는 곳인데, 기후가 어느 한편에 치우쳐 있으면 방문자들에겐 불편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나라는 231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도 대한민국밖에는 없다. 우리가 만일 세계정부를 한반도로 유치할 수 있다면 이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국으로 격상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거대사이다. 그런 징조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의 역할 부상,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의 전환, 대형 원전의 수출, 정보통신 선도국으로서의 자리매김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파쟁과 정쟁을 일삼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좁은 정치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진보와 보수세력이 갈등을 접고 함께 소통하면서 개국 이래 최대의 기회를 향한 거대한 설계와 힘찬 추진을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본다.

 


허신행 한몸사회포럼 대표 전 농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