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인 30대 주부 김아무개씨가 남편의 성격이 우유부단해 일을 꼼꼼이 생각하지 않고

대충 생각하여 처리해 속상하다고 상담을 청해왔다.

아내의 그런 마음을 남편이 아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그런 말을 하면 남편은 내 성격이 세다는 이유 등으로 화를 낼 것이 불보듯 뻔하고,

자존심도 상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담이 계속 진행되면서 예전과 다르게 변한 남편의 행동 때문에

아내가 더 힘들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남편이 아내와 함께 많은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또 최근 있었던 자신의 생일을 대충 보낸 것도 남편이 자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없어져

나타난 결과라고 자기 나름대로의 추측과 해석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생일문제를 두고 남편을 탓하고 비난하는 `너-메시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당신은 하는 일이 항상 잘못됐어요.

그러니 앞으로 그렇게 일을 하지 말아요”라는 식의 너-메시지 표현은

남편을 화나게 만들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 김씨는 속상함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남편이 다 알아줘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상대방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 지 알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서로가 눈빛으로 대충 짐작해서 행동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잘 해준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부부가 서로 상대방의 눈빛과 기분을 파악해서 살기 보다는 서로에게 속상했던 것과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부부 사이 오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특히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너-메시지'가 아닌 `나-메시지'로

즉, 상대방을 향해서 적대적이고 파괴적인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소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부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당신이 일을 대충 처리할 때 혹시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불안한 생각도 들고, 화도 나요. 그리고 내 생일날을 대충 보낸 것은 이제 당신이 나를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속상해요. 나는 우리가 앞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 함께 의논하고 서로 기념일도

잘 챙겨주었으면 좋겠어요” 식으로 말이다.

 

 
- 전춘애/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가족학박사, 한겨레 가족클리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