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 무인기가 이란 상공을 드나들었다는 것은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대(對)이란 군사작전이 물밑에서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무인기가 격추되기 며칠 전인 지난 11월29일

이란 서부 이스파한에서 도시 전체가 울릴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

이스파한은 이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실험용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광산에서 채굴한 천연우라늄을 핵무기 제조 원료가 되는

육불화우라늄(UF6)으로 변환시키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IAEA가 보고서를 내놓은 직후 이스라엘이 즉각 이 시설을 공습하겠다고 하는 바람

이란 정부가 대학생 수백 명을 동원해 인간사슬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도시에 거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이 폭발이 이스파한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생했을 것이라고

국제사회는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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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
12월4일 이란군에 격추된 미국 무인정찰기 RQ-170을 이란 당국이 공개했다.



지난 11월16일에는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자인 하산 모카담 혁명수비대 소장이

원인 불명의 군 폭발 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이란 정부가 IAEA에 공개한 이란 핵과학자 3명이

차례로 암살당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1월 마수드 알리 모함마디 테헤란 대학 핵물리학과 교수

원격조정 폭탄 테러로 사망했고,

11월에는 샤히드 베히시티 대학의 원자력공학과 마지드 샤리아리 교수가

폭탄 테러로 암살당했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에너지부(部) 소속 핵과학자인 다리우시 레자에이까지

올해 7월 오토바이를 탄 괴한에게 저격당했다.

그는 중성자 전문가로 핵탄두 기폭장치에 필요한 고압 스위치를 개발해온 인물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들 사건과의 관련설을 부인했고,

이스라엘 국방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스라엘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레자에이 암살 사건은 이스라엘 정보부인 모사드의 소행이다.

레자에이뿐 아니라 지난 18개월 동안 이란 핵과학자를 노린

수차례 암살 시도는 모두 모사드가 벌인 것이다”라고 보도하며,

암살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미국 무인정찰기 격추 사건은 이런 의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란 상공에 미국 무인정찰기가 떠 있었다는 것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는 최근 미국의 대이란 핵정책 변화 관련 시리즈를 통해

“이란이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어

미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은밀한 전쟁을 시작했다”라고 보도했다.

CIA 전직 인사도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 관련 인사들을 암살하거나 망명시켜 핵 개발 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예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무력화하기 위한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 및 핵물리학자들의 제거 따위를 들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물밑에서 이란 핵 제거를 위한 비밀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이란과의 협상에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스라엘 또한 이란 선제공격을 계속 주장하고 있어서

조만간 핵폭탄급 국제 뉴스가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크리스마스나 내년 1월 초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출처 : 시사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