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12월 25일 "메리크리스마스" 대신 "해피홀리데이"사용 

"하나님 아래 하나의 나라"라는 문구 삭제..

미국 기독교국가에서 기독교박해국가로 가는가?  

 

지난 1월29일 뉴욕 브루클린 다리. 석양이 지며 점점 매서워지는 이스트강의 칼바람에도

시위대는 묵묵히 다리 위를 행진하고 있었다.

4개월 전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rtupcoll=NNS&q=%EC%9B%94%EC%8A%A4%ED%8A%B8%EB%A6%AC%ED%8A%B8&nil_profile=newskwd&nil_id=v20120210183207176" target=new>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뉴욕 경찰과 충돌했던 바로 그 다리다.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rtupcoll=NNS&q=%EB%B8%8C%EB%A1%B1%ED%81%AC%EC%8A%A4&nil_profile=newskwd&nil_id=v20120210183207176" target=new>브롱크스의 믿음의가정(Household of Faith) 교회 로버트 홀 목사가

3500여명의 시위대를 향해 외쳤다.

"우리는 오늘 다리를 점령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브루클린 다리를 즐기는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기 위해 온 것도 아닙니다.

뉴욕시 당국에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그러니 우리를 내쫓지 말아달라고 외치기 위해 온 겁니다.

뉴욕 경찰의 지시를 잘 따라주세요.

우리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시위할 겁니다."

시위대는 일요일마다 공립학교 강당이나 카페테리아를 빌려

예배를 드려온 뉴욕시의 60여개 교회 성도들이었다.

이들이 주일예배를 마치고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뉴욕시 당국이 2월12일을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공립학교에서의 예배를 허용하는 건

정부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게 뉴욕시 주장이다.

그러나 교회들은 "오히려 시 당국이 언제 어디서나 예배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도 "교회를 홈리스(homeless)로 만들지 말라"

"기독교인들도 투표권이 있다"는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저녁 늦게까지 시위를 벌였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습니다(In God we trust)'는 신앙고백을

자신들의 화폐에 새겨놓은 나라 미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교회를 정부와 분리하라"

사건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롱크스의 한 가정집에 모여 예배를 보던 믿음의가정 교회는 신도 수가 늘어나자

공립학교를 빌려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시 당국에 요청한다.

그러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홀 목사는 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사건은 연방 항소법원에까지 올라간다.

2001년 항소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교회에 유리한 한 가지 판결을 내린다.

뉴욕 밀포드의 한 공립학교가 방과후 성경공부 등의 활동을 벌이는

'굿뉴스클럽'이라는 학생모임을 금지하면 안된다고 판결한 것.

종교의 자유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판결 후 믿음의가정 교회는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항소법원에 계류돼 있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뉴욕시는 교회의 공립학교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행명령을 얻어냈다.

이후 10여년이 흐르면서 공립학교를 사용하는 교회는 60여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6월 항소법원은 뉴욕시의 손을 들어준다.

"조직된 종교 활동인 예배와 학생들의 방과후 성경공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

그리고 작년 12월 대법원마저 교회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뉴욕시는 이 판결에 따라 2월12일까지 모든 교회들은 공립학교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기독교적 가치 vs 다양성의 가치

미국에서 교회의 공립학교 사용을 금지하는 주는 뉴욕주뿐이다.

2009년 현재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미국인의 비중은 카톨릭 신자를 포함해 77%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2001년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사람은 86%였다.

8년 만에 9%포인트 줄어든 셈이다.

미국에서 '기독교적 가치'의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다.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rtupcoll=NNS&q=%EB%B2%84%EB%9D%BD%20%EC%98%A4%EB%B0%94%EB%A7%88&nil_profile=newskwd&nil_id=v20120210183207176" target=new>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5일 TV에 출연,

"메리크리스마스" 대신 "해피홀리데이"라고 국민들에게 인사했다.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에서 "우리는 하나님 아래(under God) 하나의 나라"라는 문구는

2002년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미국은 '기독교적 가치 위에 세워진 나라'이기도 하지만

'이민자들이 세운 다양성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가치 중 '다양성의 가치'가 더 우선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기독교가 일종의 '탄압'을 받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정헌법 1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연방 의회는 국교설립에 관한 법률이나

자유로운 종교행사를 금지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해서는 안된다."

종교의 자유를 명시한 미국의 수정헌법 1조다.

뉴욕 공립학교 논란의 배경에는 이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오랜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앞부분의 소위 '국교설립 금지조항'과 뒷부분의 '자유로운 종교행사 보장조항'이

종종 상충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국교설립 금지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공공학교 사용 등 정부가 기독교에 편의를 제공하는 어떤 행위도

이 조항을 어기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독교 측은 "수정헌법 1조는 기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국가가 이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뉴욕주 상원은 최근 교회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립학교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주 하원은 법안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이 법안의 통과 여부는 수정헌법 1조 논란과

미국 내 기독교의 운명에 영향을 끼칠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