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들 "가톨릭 영성훈련 배우자"
[한국일보 2005-05-12 20:23]    
njgfyff.jpg

“잃어버린 영성을 되찾읍시다.”
보수적 개신교 목사들이 가톨릭의 영성을 배우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회장 이성희 연동교회 목사) 소속 목사 100여명은
1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종교교회에서 ‘수도원적 영성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모임이 눈길을 끈 것은 개신교 보수 교단들의 대표 기관인 한기총 목사들이
가톨릭의 영성에 관한 ‘가르침’을 듣기 위해 모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국내 개신교에서 ‘영성’이 화두로 등장한 것은 불과 4,5년 전부터였다.
그 중심에는 지난 수십 년 간 개신교가 양적으로 크게 팽창했으나
내부는 공허하다는 비판에 대한 반성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의 ‘관상 기도’ 등 적잖은 교회에서
가톨릭적 영성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같은 자각 덕분이다.

개신교 수도원으로는 성공회의 대천덕 신부가 1965년 세운 예수원(태백)을 비롯,
65년 역사의 대한수도원(철원) 등이 있긴 했다.
그러나 대부분 수도사들이 종신토록 수도하는 수도원과 달리
개신교에서는 일정 기간 기도나 집회를 하는 기도원으로서의 성격이 강해,
공동체적 성격에서 가톨릭에 못 미친다는 평가였다.

그 같은 반성에 근거한 이날 모임은 수도원 전통을 이어 가고 있는 가톨릭으로부터
영성 수련의 방법을 배우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강사는 가톨릭 영성 신학의 권위자로 서강대 수도자대학원 교수로 있는
예수회 소속 심종혁 신부와 영락교회 담임 목사를 지낸 뒤 경기 양평에
목회자들의 영성 수련을 위한 영성공동체 ‘모새골’(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을 운영중인
임영수 목사. 심 신부는 ‘수도 생활의 역사와 영성’을 주제로
사막의 은수자, 베네딕도 계열의 수도원, 탁발수도회, 예수회 등 기독교 역사에 등장한
다양한 수도회와 생활 양식을 소개했다.

임 목사는 ‘목회자의 영성과 영성 관리’를 주제로 발표,
“과거 기독교 영성은 예수를 따르는 삶의 구체적 실현이나 덕행을 쌓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현대에는 그것과 의미가 달라야 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침반 없이 여행을 떠나 길을 잃은 느낌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내면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게 됐다”고 영성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미나를 지켜본 용산 만리현교회 이형로 목사
“개신교의 역사가 짧으니
가톨릭에서 깊이 있는 영성을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모임을 마련한 이성희 목사는 “평생토록 헌신하며 영적 수련을 하는 가톨릭에 비해
성직자가 결혼을 하고 가정 생활을 하는 개신교의 영성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개신교에서는 삶의 현장에서 정직하고 열심히 모범적으로 사는
‘생활의 영성’과 개신교에 맞는 수도 형태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남경욱기자